쿠바: 기후 위기에 맞서 농업을 다시 생각하다

이른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얀키엘 바스케스(Yankiel Vázquez)의 비닐하우스는 갓 심은 아기 식물들로 가득합니다. 농부 '파요(Payo)'는 이곳에서 토마토, 고추, 양배추를 하우스 바깥의 땅에 심을 수 있을 만큼 자랄 때까지 재배합니다.

이곳은 쿠바 북부 해안의 빌라 클라라(Villa Clara) 주 중심부에 있는 마을 사구아 라 그란데(Sagua la Grande) 외곽입니다. 이 도시형 육묘장(*육묘: 일정 기간 동안 길러 정식으로 심기에 가장 적합한 양질의 묘를 키우는 제반 작업)은 쿠바의 소규모 농가들이 기후 위기에 더 잘 대응하고, 점점 늘어나는 식량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후원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쿠바는 카리브해 국가 중 허리케인과 가뭄, 계절에 맞지 않는 폭우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으며, 이러한 기후 재난은 앞으로 더 빈번하고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수면과 기온 상승, 강우량 감소 등 기후 위기로 인한 변화는 국가 경제의 근간인 농업, 임업, 관광업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또한 농산물 생산에 필요한 원료나 재료를 얻기 어려운 점과 연료 가격 상승 등의 요인으로 인해 쿠바의 국내 생산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는 괴경, 옥수수, 돼지고기, 우유, 달걀과 같은 주식의 생산량이 2022년에 비해 감소했습니다. WFP는 다양한 회복력 강화 프로젝트를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의 사회 안전망을 갖추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식량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지역의 푸드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메이린 파체코 WFP 프로그램 정책 담당관은 이처럼 말했습니다. WFP는 소규모 농가와 초등학교, 유치원, 가정 및 특히 취약한 사람들을 연결하여 지역의 식량 안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육묘장은 늘어나는 식량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비닐하우스에서는 씨앗의 약 98%가 싹을 틔우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축복입니다. 예전에는 땅에 씨앗을 뿌렸지만 아무 싹도 나지 않았습니다." 파요는 기후 변화로 인해 겪었던 어려움을 회상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농업 수확량이 낮은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전통적인 모판에 묘목을 심을 때 발생하는 이식 스트레스로 인해 손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파요의 육묘장과 같은 구조를 사용하면 식물은 더 강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어 생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엔크루시다, 카이바리엔, 사구아 라 그란데 등 3개 지방 자치단체에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40명의 농부 중 한 명인 파요는 이제 습도를 측정하고 온도를 조절해 식물이 적절한 양의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농업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파요의 육묘장에는 햇빛을 걸러주는 특수한 그물망과 더불어 자연 조건에서 발생하는 것과 유사한 정도로 관개를 가능하게 하는 미세 스프링클러 관개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이제 파요는 연간 최대 9만 여종의 다양한 식물을 생산합니다. 파요가 재배한 식물은 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농부들에게 판매되지만 잉여분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판매됩니다.

"모든 농부들이 저에게 주문을 하고 제가 재배한 식물을 극찬합니다." 파요는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비수기에도 사람들이 식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기후 위기가 식량 생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햇볕으로부터 채소 보호하기

WFP의 회복력 강화 프로젝트의 혜택을 받은 쿠바 농민은 파요뿐만이 아닙니다. WFP는 7개 빌라 클라라 지방 자치 단체에서 농부들에게 관개 시설과 그늘막 온실 시스템을 제공하여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켰습니다. 밭에 그물망을 깔아 태양열을 최대 40%까지 줄이고 상추, 양배추, 시금치, 근대, 파슬리 등의 농작물을 고온과 폭우로부터 보호했습니다. 또한 현지에서 재배한 신선한 채소를 프로젝트에 참여한 59개 학교로 운송할 수 있도록 세발자전거를 지원했습니다.

프로젝트 참여자인 헤르만 브로슈는 "저는 4개의 그늘막 온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온실은 25일 또는 30일마다 200~400 상자 분량의 상추나 청경채를 수확합니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씩 자신이 재배한 농산물을 지역 내 초등학교에 배달합니다. "야외에서 채소가 자라는 데는 약 40일이 걸립니다." 브로슈가 덧붙였습니다.

브로슈는 WFP의 지원으로 태양열 관개 시스템을 설치하여 헥타르당 생산량을 10톤에서 20톤으로 약 2배 늘리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1헥타르에 관개하는 데에 10~20리터의 연료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실험실에서 현장으로: 슈퍼 종자

지역의 환경에 맞는 종자를 사용하면 기후 관련 문제를 극복하고 식량 생산량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농민들에게 새로운 품종을 소개하기 위해 WFP는 쿠바 동부 도시 홀긴에 있는 농업 확장, 연구 및 훈련 단체(UEICA)와 같은 현지 연구 및 훈련 기관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WFP의 프로젝트 시행에 참여 중인 UEICA의 곡물 연구 부서장 로베르트 레이바 마티네즈는 작물 생산성이 토양의 비옥함과 작물의 건강, 관개 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불리한 기후 조건에 내성이 강하거나 저항력이 있는 품종이 있다면 회복력을 확실히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WFP가 주최하는 종자 박람회는 농부들에게 이러한 개량 품종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농부들은 다양한 종류의 작물을 실험해보고, 맛을 보며, 특정 토양 및 기후 조건에서 작물의 성능과 특성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쿠바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인 동부의 라스 투나스 지방에서 농부 딕산 페레즈는 완벽한 조합을 찾았습니다. 바로 가뭄과 질병에 강한 UEICA의 쿠바나-23 검은콩이었습니다. 페레즈는 "수확량이 많지는 않지만 단백질, 철분, 아연이 풍부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쿠바의 동부 및 중부 지방과 수도 아바나에서 2세 미만 어린이에게 빈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러한 유형의 콩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면 빈혈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WFP의 프로젝트를 통해 페레즈는 어린이, 임산부, 취약 가정에 정기적으로 신선한 농산물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은 농장에서 재배한 콩으로 어린이와 임산부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페레즈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변화하는 기후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모두 배고프지 않고, 적절한 음식을 취할 권리가 있습니다. WFP는 현지 농가와 연구소 등의 파트너와 협업하여 기후 위기에 대응해 지역 생산성을 높이고, 식량 안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쿠바에서의 농업 생산성 강화 프로젝트는 유럽연합, 대한민국,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중국의 지원을 통한 IFAD의 남남 협력 시설, 그리고 WFP와 FAO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쿠바의 주요 국가 파트너로는 농업, 교육, 보건, 대외무역 및 외국인 투자부, 국내 무역부, 지방 정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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