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유아 47만명 심각한 발육부진 시달려”
“여전히 47만 명의 북한 영유아들은 심각한 발육부진을 겪습니다. 당장 이 아이들을 돕지 않으면 (통일이 된다 해도)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겁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디르크 슈테겐 북한사무소장(사진)은 2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WFP 제로 헝거 리더스(Zero Hunger Leaders)’ 창립식에 참석한 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국회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CPE) 소속 여야 의원들이 WFP 활동을 지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슈테겐 소장은 올해 2월 북한사무소장에 임명된 뒤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는 “5세 이하의 북한 어린이 47만6000명이 발육부진을 겪고, 6만8000명은 급성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WFP가 활동하는 캄보디아 미얀마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자연재해와 같은 외부요인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슈테겐 소장은 “북한은 통제 사회라 홍수가 나도 이사를 갈 수도 없고, 식량을 더 얻고 싶어도 다른 활동을 할 수 없다”며 “가족 전체가 굶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아이들의 피해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숨은 기아(Hidden Hunger)’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서는 식량을 구해도 탄수화물인 쌀이나 강냉이로 한정돼 있다”며 “영유아의 경우 정상적인 뇌 발달 등에 필요한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WFP는 쌀과 밀가루 같은 식량을 지원하는 대신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하도록 자체 개발한 비스킷과 슈퍼시리얼을 만들어 유치원과 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기부금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슈테겐 소장은 “5월부터 재료 부족으로 북한에 있는 7개 비스킷 제조 공장 중 6개가 문을 닫아야 했다”며 “본부에서 긴급운영자금을 융통해 9월부터 다시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와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호소했다. 그는 “특히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영유아가 제대로 먹고 자라지 못하면 대규모 식량 지원이 필요한 비극적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30926/57834436/1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