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유아 28%가 만성영양실조.. 이들을 돕기 위해 전국 곳곳을 누비는 WFP, (조선일보 아시아 지역본부장 인터뷰)
북한 어린이 28%가 만성 영양 결핍 상태
임산부와 아동 돕는 건 정치와 별개로 이뤄져야
"북한 내 영양 비스킷을 생산하는 공장 7개 중 6개가 문을 닫은 상태다.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애초 목표로 했던 1억3700만달러(약 1530억원)의 약 15%만 모금됐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북한 사무소를 중단해야 할지도 모른다. 인도주의적 지원은 정치적 문제와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모른 척 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켄로 오시다리(Kenro Oshidari·사진)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me, 이하 WFP) 아시아지역 본부장의 말이다. WFP는 100% 각국 정부나 기업, 개인의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WFP는 지난 7월, 북한 아동과 임산부 240만명에 필요한 영양 공급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정부관계자 및 북한 전문가들을 만나 대북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켄로 오시다리 WFP 아시아지역 본부장을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만났다.
―대북 지원이 북한 군수품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WFP는 2008년까지는 북한에 곡식을 지원했다. 그러나 더는 곡물 지원은 하지 않는다. 올 7월에 WFP가 시작한 북한 지원 프로그램은 '영유아 영양 지원'이다. 어린아이들과 임산부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아와 임산부에게 꼭 필요한 성분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한다. 우윳가루·비타민·단백질 등이 포함된 특별혼합식(Blended Food)과 45가지 종류의 비타민이 들어 있는 영양비스킷이 그것이다. 군수품으로 쓰일 수가 없다."
―현재 북한 아이들의 상황은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WFP는 매년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와 아동의 영양 상태를 검사한다. (직접 찍은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며) 여전히 많은 아이가 심각한 영양부족 상태다. 북한 어린이의 약 28%가 만성화된 영양 결핍을 겪고 있다. 성장 발육 정도가 세계 아동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이런 영양 결핍은 지능 발달에도 영양을 미친다. 엄마 배 속에서부터 두 살이 되기까지에 해당하는 약 1000일 동안 제대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면, 이후 아무리 잘 먹어도 회복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임산부와 아동의 영양 문제에 초점을 맞춘 이유다. 아동 영양 지원이 시급하다."
―지원하는 음식이 아이들에게 잘 배분되는지 어떻게 모니터링하는가.
"WFP는 작년 북한 정부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전에는 모니터링을 위해 방문하려면 최소 1주일 전에 알려야 했지만, 이제는 언제라도 방문이 가능하다. 방문하면 부엌부터 방까지 집 안 곳곳을 둘러본다. 아이의 팔뚝이나 몸무게를 측정해 개선 여부를 확인한다. 또한 WFP는 유일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모니터링 요원도 채용하고 있다. 북한 측 통역 없이 직접 대화한다. 무엇보다도 WFP는 모니터링 방문이 가능하지 않은 곳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노 액세스, 노 푸드(No Access, No Food)' 원칙을 고수한다. 북서부 산악지대의 경우 아동의 영양 결핍 문제가 심각하지만, 방문이 불가능하여 지원하지 않는다. 지난 3개월간만 모니터링 방문을 500번 가까이 했고, 이동한 거리만도 총 65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