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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기획연재] 5. 빗속에서 마주친 그 소년

[C.A.R 기획연재] 5. 빗속에서 마주친 그 소년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C.A.R) – 폭력 사태가 난무하는 C.A.R, 우리의 동료인 Donaig Le Du가 그 현장에서 근무했던 그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이것은 그 다섯 번째 에피소드입니다.

태풍은 새벽 다섯 시가 되기 조금 전에 찾아왔다. 커다란 천둥 소리가 들렸고 양철 지붕 위를 거센 비가 미친 듯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건 정말, 말 그대로 “거센” 비였다.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도시 중앙 도로들은 모두 침수되고 말았다. 아침 일곱 시, 본래라면 북적거려야 할 도시 광장은 텅 비어 있었다. 오직 도로의 움푹 패인 곳을 지나려다 실패하고 엔진만 잔뜩 적신 택시 몇 대만이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물을 배출해야 할 운하들은 현재 수리 중이었고 이미 넘친 지 오래였다. 도시 전체가 본격적으로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태풍이 물러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차에 타서 출근하는 길이었다. 내가 그 소년을 본 것은 그 때였다. 아마 채 열 살도 되지 않아 보이는 그 아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은 채 찢어진 티셔츠 속에서 떨고 있었다. 아마 그에게 푼돈이라도 던져 줄 만한 운전자들을 찾는 것 같았다.

 

아직도 그의 웃음이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이름조차, 아니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슬픈 미소 말이다. 이곳 방기의 사람들은 최근 들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거리의 아이들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동정했다: “저 불쌍한 아이들은 다 고아에요.” 허나 그 아이들을 그저 희망이 없는 존재들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었다: “저들의 엄마는 아홉 달 동안 아무것도 아닌 것을 배에 품었던 거겠죠.” 누군가가 나한테 말한 적이 있었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이곳에 살면서 깨달은 것은 그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위기는 아직 끝나기엔 멀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곳의 생활에 점차 익숙해지는 중이었다. 안보 문제 때문에 지속적으로 나의 계획을 바꾸는 것도 이젠 괜찮았다. 상황이 안 좋아질 때면 급히 음식을 보충해 놓거나 은행에 다녀오는 것도 평범한 일상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안보 문제가 요점은 아니다. 물론 이가 해결된다면 나 같은 국제 구호원들이 더 많이 일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항상 이곳에는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안보 자체는 긴급 상황일 때에 문제가 된다. 허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이 위기가 닥치기 전에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왜 이토록 상황이 심각해졌는지에 대한 이유 중 하나이고, 또한 이 상황을 극복하는 데에 아주 힘들 것이라는 시사점이 되기도 한다.

 

수도 방기의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들은 세세한 계획이 필요하다. 내가 사는 곳에선 저녁 다섯 시가 되면 전기가 모두 꺼지고 밤 11시, 혹은 자정에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이웃들의 전기는 아침 6시부터 저녁 5시까지 나가기 마련이다. 발전소들이 모두 변질되었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카메룬에서 생긴 공급 문제 때문에 벌써 일 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가스 역시 배급되지 않고 있었다. 이는 오직 많은 예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방기는 심지어 수도이다. 이 외에 다른 작은 마을들은 아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다.

 

폭력 사태가 만약 멈춘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국제 구호원들은 세계에게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사람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만약 세계가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면, 더욱 많은 집 없는 아이들이 거리에서 떨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더 이상 굶주리지 않아도 되는 쉬운 길을 택하게 되리라: 무기를 들고 전쟁에 나가는 것 말이다. 

 

—Donaig Le Du

(Sept. 9,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