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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한국도 WFP 지원으로 배고픔 극복… 전 세계에 이런 나라 많아져야 할 것

[조선일보] 한국도 WFP 지원으로 배고픔 극복… 전 세계에 이런 나라 많아져야 할 것
60년대 지원받은 한국, 경제성장·발전 놀라워
WFP 한국 사무소 개소, 세계와 희망 공유 의미
北 영양 실조 해소 사업 투명한 식량 배분 위해
한국어 구사 요원 채용, 건강 상태도 직접 체크
"한국 공적개발원조로 더 많은 성공 보여주길"

 전 세계 식량 원조의 55%를 담당하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World Food Programme·이하 WFP) 한국 사무소가 지난해 말 서울대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2005년 문을 연 WFP는 지난해 12월 10일 서울대와 업무협정 조인식을 갖는 한편 사무실 이전식을 가졌다. 이를 계기로 WFP는 한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UN인도주의 단체로는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한국위원회,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WFP 한국사무소 등이 있다. WFP 한국 사무소는 서울대와 양해각서를 체결, 서울대 내에 둥지를 틀었다. 개소식을 위해 방한한 페드로 메드라노 로자스(Pedro Medrano Rojas) WFP 대외협력 사무차장을 지난 연말 인터뷰했다.

  
―국내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해온 유니세프와 달리, WFP는 아직 한국인들에게 낯설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인도주의 기관이라는데, 한국 사무소 개소의 의미는 뭔가.
 
"(예전 기사 스크랩을 보여주면서) WFP는 1964년부터 80년대 말까지 유엔 기구 중 둘째로 한국을 많이 도와줬다. 식량 지원을 토대로 한국은 괄목할 경제성장과 사회 발전을 이뤄냈다. WFP는 이런 경험을 배우고 싶고, 전 세계 수십억 명에게 나눠 주고 싶다. 다른 나라도 또 다른 한국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한국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자 이머징 도너(Emerging Donor·신생 기부자)다. 2011년 부산에서 세계개발원조총회를 개최했고,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다크)에도 가입했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고, 한국의 외교부장관이 포스트 MDGs(2015년까지 전 세계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내용을 합의한 새천년개발목표)의 고위급 멤버다. 얼마 전 녹색기후기금(GCF)도 유치하지 않았나."
 
―통일부·외교부·코이카 등을 방문했는데, 어떤 논의가 오갔는가. 앞으로 WFP 한국 사무소의 활동 방향은 무엇인가.
 
"전 세계가 직면한 기아나 영양실조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와 전략적인 동반자 협정을 맺을 수 있도록 얘기를 나눴다. WFP 예산은 한 해 4조원 규모로 운용되는데, 분담금은 없고 순수한 자발적 기금으로만 운용된다. 한국은 개발원조위원회(다크)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초기 멤버이기 때문에, 너무 큰 규모의 원조액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계속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 분야의 지원도 활발해질 것이다. 영화배우 장동건씨가 홍보대사로 활약하고, 국회에도 WFP포럼이 있다. 서울대에서는 앞으로 젊은 세대가 WFP에서 봉사와 인턴십을 하면서 국제 문제에 관심을 갖는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LG전자는 에티오피아·케냐·방글라데시·캄보디아 등 4개국에 600만달러(약 60억)를 지원해줬다. NGO인 굿네이버스와 협력 관계를 통해 한국형 새마을운동 모델인 '푸드 포 뉴빌리지(Food For New Village)'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기아와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많은 나라에 한국은 희망의 상징이다. 이제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한국의 경험을 나눌 차례다."
 
―긴급 재난이 발생하면 WFP는 대규모 물류 창고에서 긴급 구호 물자를 수송하는 '유엔의 군대'와 같은 조직이라고 한다. 유엔 기관도 종류가 많아,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면 낯설다. WFP는 다른 유엔 기관과 어떻게 다른가.
 
"WFP는 핵심 임무가 있다. 기아와 영양실조 문제를 다룬다. 사람들이 가장 위급할 때 생명을 구하고, 그 사람들 삶이 회복되도록 돕고 영양실조 상태를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이 때문에 WFP는 전 세계에서 현장에 가장 깊숙하게 들어가 있다. 가장 힘들고 외진 지역, 가장 넓은 지역을 커버한다(WFP 직원 1만2000명 중 95%가량이 현장 근무한다고 한다). 수단 다르푸르 지역,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 전쟁 중인 곳에 사무실이 있다. 식량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배울 수도 없고, 성장할 수도 없다. 국제사회의 119와 같은 존재다. 캐나다와 호주의 국제 기구 평가에서 WFP가 1위를 하기도 했다."
 
―WFP는 특히 북한의 영양실조 해소 사업에 가장 정통한 유엔 기관이다. 식량 배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어떤 조치가 있는가.
 
"우리는 북한의 임산부, 수유부, 영유아 200만 명을 돕는다. 우리는 북한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모니터링을 철저히 한다. 모든 마을에 갈 수 있다. 2011년에만 모니터링 방문을 3000번 했다. 다른 기관과 달리, 유일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모니터링 요원을 채용해서 쓰고 있다. 함흥·원산·천진에 지역 사무소가 있어 현지에서 직접 모니터링한다. 모니터링을 위해 가구를 방문할 때마다 수혜자들의 영양 상태를 측정해, 개선됐는지 아닌지 체크한다. 북한에서 숨길 수가 없다."(WFP는 '노 액세스, 노 푸드〈No Acess, No Food〉' 원칙을 갖고 있다. 예전에는 모니터링 방문을 위해 최소 24시간 전 방북을 통보해야 하던 관행이 있었으나, 2011년 양해각서를 체결해 북한이 방북 신청을 즉각 승인하도록 변경했다고 한다. 가구뿐 아니라 시장 방문도 가능하고, 아이들의 영양 상태 체크를 위해 팔뚝 길이를 재는 모니터링도 가능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페드로 사무차장은 점점 확대되는 한국의 ODA(공적개발원조)에 대해 "한국은 정말 잘하고 있다"며 "더 많은 성공을 보여주고, 더 많은 지역에 성공 모델을 확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란희 더나은미래 기자
 
 
☞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한 지역에 식량을 공급하고 다양한 개발 지원 사업을 벌이는 유엔 기관으로 1962년 설립됐다. 세계 92개 국가에 사무소가 있고, 1만2000여 직원이 일한다. 매년 1억여명가량을 돕는다. 푸드 포 애셋(Food for Assets·노동력의 대가로 식량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푸드 포 트레이닝(Food for Training·양봉, 재봉, 읽고 쓰기 등을 통해 트레이닝의 대가로 식량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등 식량을 지렛대로 주민의 자립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출처: 조선일보 "더 나은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