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기근의 문턱으로 내모는 가뭄, 경제 붕괴, 그리고 기아
2021년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예멘, 부르키나파소, 에티오피아 등에서의 분쟁과 마다가스카르로 대표되는 기후 위기 지역에서 기근을 막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만큼 빠르게 무너진 지역을 또 찾기는 어렵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시리아가 전쟁을 5년간 겪으면서 붕괴된 경제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021년 8월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와 중앙은행 자산 동결로 불과 몇 달 만에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거의 하룻밤 사이에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했던 아프가니스탄 경제가 무너졌고, 사람들은 직장과 미지급된 급여, 저금한 돈을 잃은 실업자가 됐습니다.
이에 앞서 이미 1,100만 명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수년간의 가뭄과 분쟁, 코로나 19로 식량 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프가니스탄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2,300만 명이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며, 병원은 영양실조를 겪는 아이들로 가득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극은 진행 중입니다.
WFP는 겨울이 오기 전에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식량 배급을 서둘렀습니다. 그러나 식량 위기 인구의 증가 속도는 WFP의 식량을 실은 트럭보다 빨랐습니다.
저는 2021년 11월 겨울을 앞둔 주민들의 상황을 보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방문했습니다.
첫 방문지는 북동쪽 바다카샨 Badakashan 주였습니다. 과거 소련군 점령 시절 만들어진 파이자바드 Fayzabad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그곳에서부터 우리는 빙판길과 비포장도로를 4시간 달리고 설산을 지나 타지키스탄의 국경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WFP가 식량을 배급하는 파룩 Farooq 마을에서 우리는 재단사인 비비씨 Bakht Bibi를 만났습니다. 비비씨에게는 남편과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았는데, WFP의 식량 배급이 없으면 빵과 우유, 차로 생존해왔습니다.
가뭄과 높은 연료 가격으로 밀 가격이 치솟았고, 그 때문에 이 곳의 주식 중 하나인 빵은 많은 사람에게 너무 비싼 음식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 지역 주민들은 빵 대신 '흑밀 black wheat'이나 '파툭 patuk' 같은 다른 음식에 기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재료는 사람이 섭취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함유된 화학물질로 손과 발에 마비가 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비비씨는 바느질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땅과 가축을 팔았다고 말했습니다. 가뭄이 심해지면서 요리와 난방에 쓸 땔감을 구하려면 더 먼 거리를 걸어야 했습니다.
WFP가 지원하는 식량은 비비씨네 같은 많은 가족을 굶주림과 절박함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파이자바드를 떠나 아프가니스탄의 상업 중심지 마자르이샤리프 Mazar-i-Sharif로 향했습니다.
푸른 모스크 주변에서는 전문직 종사자들도 경제적 절박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의사, 교장, 군 장교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찻잔과 안락의자, 신발, 숟가락 등 팔 수 있는 모든 물건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하나도 팔리지 않았습니다. 살 사람도, 살 돈도 없었던 겁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방인인 저에게 여성들이 다가와 자신의 상황을 호소했습니다.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세요. 아무도 가진 게 없습니다." 다른 주민을 가리키며 덧붙입니다. "이분은 결손아동 대여섯을 돌보지만 가진 것도, 먹일 것도 없습니다."
이어서 다른 사람이 또 다른 쪽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저분의 아들은 순교했습니다. 저분도 대여섯의 아이들을 돌보는데, 집에는 밀가루 한 봉지도 없어요."
공항 주변의 WFP 식량 배급지에서는 가족들의 더 깊은 절망과 걱정이 느껴졌습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열아홉 살 마흐무드 Mahmoud는 아버지를 여의고 실명해가는 어머니를 돌보고 있습니다. 형제 한 명은 일자리를 찾아 이란으로 떠났고, 어머니와 남은 동생을 돌보는 건 오롯이 마흐무드의 몫이 됐습니다.
마흐무드는 떨리는 목소리로 의사의 꿈을 거의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가족들이 더 이상 마흐무드의 학업을 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이제는 할 일이 없어요. 저에게는 아무것도 없어요. 이루고 싶은 꿈이 많지만, 불행히도 기회가 없습니다. 저는 언젠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영국의 작가 조지 엘리엇은 "절망은 이루지 못한 희망을 향한 고통스러운 열망 What we call our despair is often only the painful eagerness of unfed hope" 이라고 남겼습니다.
마흐무드는 저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어머니의 손을 이끌어 음식이 담긴 손수레를 끌고 갔습니다. WFP의 음식은 당분간 이들을 살리기 충분할 겁니다. 어쩌면 작은 희망도 줄 수 있을 겁니다.
WFP는 아프가니스탄 34개 주에서 구호 활동을 확대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하락으로 자급자족이 더 어려워져 2022년에는 식량 위기 인구가 2,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WFP는 2022년 더 많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돕기 위해 미화 26억 달러가 필요합니다. 한 명당 1년에 100달러 규모로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저희의 노력이 현실화되면 다가올 봄에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