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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 우리의 WFP: #1 나이로비에서 온 이야기 - 장유진 WFP 프로그램 정책 담당관 1편

매년 8월 19일은 세계 인도주의의 날(World Humanitarian Day)입니다. 다가오는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맞아 전 세계 각지에서 근무하는 WFP 한국인 인도주의 활동가를 소개합니다.
, Yanghae Won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각자의 하루를 살아갑니다. 아침에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고, 문 밖을 나서서 바쁜 하루를 보낸 뒤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는 하지요. 반복되는 일상 속 때로는 소소한 기쁨을 느끼고, 가끔은 벅차거나 힘들 때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다가오는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맞아 WFP 한국인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하루를 소개하고, 인도주의 활동가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엿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인도주의자' 또는 '인도주의 활동가'(humanitarian)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기도 하지만, 사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개인이기도 하지요. 보통의 하루 속, 인도주의 활동가의 삶 - 함께 나눠볼까요?

WFP 동남아프리카 지역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유진 프로그램 정책 담당관을 소개합니다!

2025 인도주의의 날 시리즈 #1 장유진님

 

Q. 유진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WFP 동남아프리카 지역사무소의 기후 및 회복력(Climate and Resilience) 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유진입니다.

남수단, 소말리아, 케냐에서 진행되는 지역 사업과 GCF(녹색기후기금) 등 기후 금융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UNHCR 요르단 사무소, WFP 방글라데시, 팔레스타인 사무소, UNDP 카메룬 사무소에서 근무했습니다.

북부 케냐에 방문한 장유진 담당관
북부 케냐 현장을 방문한 장유진 담당관의 모습. ⓒWFP/Yujin Chang

Q. 어떤 계기로 인도주의 구호 활동가의 길을 걷게 되었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서양보다는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우리가 잘 모르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님과 한비야 국제구호활동가가 한창 유명할 시기였어서 그분들의 글을 읽고 국제구호, 국제개발, 그리고 유엔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이후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국제개발 현장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소말리아 워크샵
소말리아에서 진행된 KOICA 지원 사업 워크숍에 참석한 장유진 담당관. ⓒWFP/Yujin Chang

Q. 현재 담당하고 있는 사업은 어떤 사업인가요?

WFP는 전 세계 약 120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총 5개의 지역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서아프리카, 동남아프리카, 북아프리카중동동유럽,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제가 속한 동남아프리카 지역사무소는 해당 지역의 약 20여개 국을 관할합니다.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KOICA의 지원으로 '아프리카의 뿔 지역 식량 취약성 극복 및 회복력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업명이 다소 어렵게 들릴 수는 있지만, 쉽게 말해 기후 재난에 취약한 지역 주민들이 이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에요.

동아프리카, 특히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이라 불리는 지역은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곳입니다. 잦은 가뭄과 간헐적인 폭우가 반복되면서, 이미 황폐해진 토양이 물을 흡수하지 못해 홍수가 발생하는 일이 흔하죠. 이상 기후는 유목과 농업을 주요 생계 수단으로 삼고 있는 현지 주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WFP는 KOICA의 지원을 통해 케냐, 소말리아, 남수단에서 1. 자연재해 조기경보 구축 및 선제 대응(Anticipatory Action) 2. 기후보험 및 금융 서비스 제공 3. 소규모 농가 지원 등을 통한 통합적인 권역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업의 일부는 EBS 다큐멘터리에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Q. 지금 계신 곳에서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저는 앞서 말씀드린 사업의 전반적인 운영과 조율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하루 일과는 보통 국가사무소, 본부와의 회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국가사무소의 성과와 문제점을 취합하고, 각 사무소에서 제출하는 보고서 등을 검토해 본부와 공여국가에 제출하기도 합니다. 또한 본부에서 개발하는 새로운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을 좀 더 지역적 특색에 맞게 국가사무소에 전달하기도 해요. 아무래도 국가사무소가 아니다 보니 현장감이 덜 하기는 하지만, 대신 국가사무소와 본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국가사무소의 현장감과 본부의 전략적인 부분을 모두 느끼고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나이로비의 유엔 컴파운드
나이로비 유엔 컴파운드 산책로 모습. ⓒWFP/Yujin Chang

Q. 하루 중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나이로비에는 큰 부지 내에 유엔 기관들이 함께 있는 유엔 컴파운드가 있습니다. 나이로비의 기후 특성상 컴파운드 내에는 나무가 울창하고, 다양한 새들과 원숭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에 종종 뱀이 들어오거나 원숭이들이 음식을 훔쳐먹는 불상사가 종종 생기고는 합니다.(웃음) 

가끔 근무 중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면 사무실 밖으로 나가 초록초록한 컴파운드에서 산책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저절로 생각이 맑아지고 차분해집니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오면 다시 어려운 문제를 마주할 수 있는 힘이 생기죠!

또 제가 커피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마침 제가 근무 중인 케냐가 커피로 유명합니다. 요새는 케냐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원두를 하나씩 도전 중입니다. 아침에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아오는데, 회사 책상에 앉아 커피를 딱 한 모금 마시고 근무를 시작하는 그 순간을 매우 좋아합니다.

가자 전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경. ⓒWFP/Yujin Chang

Q.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마음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저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약 2년간 팔레스타인에서 근무했습니다. 상주하던 곳은 동예루살렘이었지만,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종종 출장을 다녔어요. 특히 가자 출장 당시에는 코로나 상황과 더불어 외국인으로서 지정된 구역 밖으로 나가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의 기억이 자주 떠오릅니다.

제가 만난 수혜자분들, 출장 중 자주 들렀던 식당의 아저씨, 머물던 숙소 1층을 지키던 보안요원, 그리고 길을 지나치던 이름 모를 사람들... 그분들이 지금 살아는 있을지, 지낼 곳은 있는지, 뭘 먹고나 지내는지에 대해 종종 생각합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그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떠올릴 때면 감정에 너무 압도되어 의도적으로 가자 관련 뉴스를 회피했던 적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고통을 선택적으로 마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마저도 그 분쟁 속에서 살아내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있는 제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가자지구 전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경. ⓒWFP/Yujin Chang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WFP는 여전히 가자지구에서 식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WFP의 팔레스타인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요. 사내 소식지를 통해 오늘 몇 톤의 식량이 가자에 진입했고, 몇 명이 식량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작지만 안도감과 함께, 기구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한국 정부에 대한 감사함이 느껴집니다.

안타깝게도 식량을 운반하는 차량이나 현장에 파견된 유엔 직원들이 위협을 받는다는 소식을 종종 접합니다. 이들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무고한 민간인의 생존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나서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것은 곧 식량과 지원이 취약한 사람들에게 닿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이미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더 큰 피해로 이어집니다.

WFP를 포함한 인도주의 기관들의 활동은 중립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하며, 사람의 생존과 존엄을 무엇보다 우선합니다.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유엔 기구들이 공격받을 경우, 단지 조직의 활동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인도적 지원 전체에 대한 신뢰와 권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세계 곳곳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나이로비 워크샵
케냐 나이로비 워크샵에서 동료들과 함께. ⓒWFP/Yujin Chang

Q. 일이 벅차거나 힘들게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그럴 땐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어려운 부분은 사실 다른 직장인분들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유엔 기구이기는 하지만 저에게는 직장이자 회사이고, 저는 8시부터 4시 30분까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기 때문입니다.(웃음) 업무량이 많아 힘들 때도 있고, 협업이 잘되지 않거나 느린 업무 진행으로 답답할 때도 많습니다. 이럴 땐 작은 일이라도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산책을 합니다!)

이런 일상적인 어려움에 비해 사실 더 큰 힘듦이 있습니다. 현장에 방문해서 수혜자분들을 만나다보면 가끔 제가 이해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빈곤과 재난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이런 일이 왜 생길까하는 존재론적인 의문부터 우리가 하는 일이 이렇게 큰 재난 앞에서 무슨 영향력이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허탈해지고 무기력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힘이 되는 건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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